AI로 일을 잘하게 됐다, 그럼 실력도 늘었을까: AI 시대 학습의 재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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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송지훈 교수 PRO-AnalytiX (PRO-AX) Lab
AI를 쓰면 결과물은 좋아지는데 AI 없이 남는 실력은 따라오지 않는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차이는 학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므로, 두 관점을 비교하고 AI 시대 학습의 정의를 세 층으로 제안합니다.
핵심 요약
AI를 쓰면 결과물(수행)은 좋아지는데, AI를 끈 뒤에 남는 실력(학습)은 따라오지 않는다는 연구가 쌓이고 있습니다. 다만 이 차이는 학습을 한 사람의 머릿속에 남는 것으로 볼 때 생깁니다. 사람과 AI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면 상당 부분 사라집니다. 그렇다고 정의만 바꾸면 끝나는 문제도 아닙니다. AI는 틀리고, 그 결과를 쓸지 말지는 사람이 정하기 때문입니다. AI 시대의 학습은 AI 없이도 남는 이해, AI와 함께 더 잘 해내는 역량, AI가 틀렸을 때 알아차리는 판단이 함께 자라는 것으로 정의해야 합니다.
AI로 일을 잘하게 됐다, 그럼 실력도 늘었을까
Salomon, G., Perkins, D. N., & Globerson, T. (1991). Partners in cognition: Extending human intelligence with intelligent technologies. Educational Researcher, 20(3), 2–9. 외 7편
이번 글은 논문 한 편 대신 질문 하나를 다룹니다. AI로 일을 잘 해냈을 때, 그것을 ‘배웠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학습과 수행을 구분한 학습과학의 정의, 사람과 도구를 하나의 인지 시스템으로 보는 관점, AI를 쓸 때와 쓰지 않을 때의 결과를 비교한 최근 연구 세 편을 함께 읽었습니다.
정의를 다룬 문헌은 이론 논문입니다. 실증 연구는 고등학생 현장 실험, 성인 실험, 의료 현장의 후향적 관찰 연구입니다. 어느 연구도 학습의 정의 자체를 검증하지는 않았으며, 둘을 엮어 읽은 것은 이 글의 해석입니다.
01 · 고전적 정의로 보면 차이는 분명히 벌어진다
학습과학은 오래전부터 학습과 수행을 나눠 봅니다. Soderstrom과 Bjork(2015)에 따르면 수행은 배우는 동안 눈에 보이는 결과이고, 학습은 장기적인 유지와 전이를 뒷받침하는 비교적 영속적인 변화입니다. 쉽게 말해 시간이 지나도 남고 다른 상황에도 옮겨 쓸 수 있어야 배운 것입니다. 연습 때 잘했다고 해서 배웠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정의는 학습이 개인 안에 남는다고 보고, 도움을 걷어 낸 상태에서 확인합니다. 이 잣대로 최근 연구를 읽으면 차이가 뚜렷합니다.
| 연구 | 대상·설계 | AI를 쓸 때 | AI가 없을 때 |
|---|---|---|---|
| Bastani et al. (2025) | 고등학생 약 1,000명, 현장 실험 | 연습 점수 GPT Base 48%, GPT Tutor 127% 향상 | GPT Base는 AI를 쓴 적 없는 학생보다 시험 점수 17% 낮음. GPT Tutor에서는 대부분 완화 |
| Fernandes et al. (2026) | 성인 246명, 452명(재현), 논리추론 과제 | 기존 비사용 기준 집단보다 약 3점 높음 | 자신의 수행을 약 4점 과대평가 |
| Budzyń et al. (2025) | 내시경 센터 4곳, AI 도입 전후 비교, AI 없이 시행한 내시경 1,443건 | AI 보조 내시경을 일상적으로 시행 | AI 없이 한 검사의 선종 발견율 28.4% → 22.4% (p=0.0089) |
세 연구가 보여 주는 것은 AI의 도움을 받는 동안의 높은 점수가 곧 독립적인 실력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GPT Base로 연습한 학생들은 문제를 더 잘 풀었지만 AI 없는 시험에서는 점수가 낮았습니다. 힌트와 풀이 정보를 제공한 GPT Tutor에서는 그 하락이 대부분 줄었습니다. AI를 어떻게 설계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성인 실험에서는 AI와 함께 점수가 올랐지만 자신의 수행도 과대평가했습니다. 내시경 연구에서는 AI 보조가 일상화된 뒤 AI 없이 한 검사의 선종 발견율이 낮아졌습니다.
지금 알아둘 점 · 근거의 성격: Bastani 등은 한 학교의 수학 과목 결과이고, GPT Tutor는 힌트와 교사가 준비한 풀이 정보를 함께 넣어 어느 요소의 효과인지 분리할 수 없습니다. Fernandes 등의 수행 향상은 기존 연구의 기준 집단과 비교한 값입니다. Budzyń 등은 무작위 실험이 아닌 전후 비교 관찰 연구여서 저자들도 “감소시킬 수 있다(might reduce)”는 수준으로 결론을 제시합니다. 학교 수학, 논리추론, 내시경의 결과가 모든 업무에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02 · 함정: 그 실력은 누구의 것인가
위 결과는 학습을 한 사람의 머릿속에 남는 것으로 정의할 때 성립합니다. Salomon 등(1991)은 30여 년 전에 이미 이 지점을 짚었습니다. 기술을 쓰는 동안 좋아지는 것을 ‘기술과 함께한 효과(effects with)’, 기술을 내려놓은 뒤에도 사람에게 남는 것을 ‘기술이 남긴 효과(effects of)’로 나누고, 지능이 개인의 속성인지 사람과 기계가 이루는 시스템의 속성인지 물었습니다. 1절의 연구들이 잰 것은 모두 뒤의 것, AI를 끈 뒤에 남은 것이었습니다.
Clark와 Chalmers(1998)의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 논증은 앞의 관점을 끝까지 밀고 갑니다. 기억에 문제가 있는 Otto가 늘 지니고 다니는 수첩은 그의 인지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일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재무 담당자의 실력을 엑셀 없이 손으로 계산하는 능력만으로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보면 AI 없이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은 목수에게서 연장을 빼앗고 솜씨를 재는 일과 비슷하고, 앞의 차이는 측정 방식이 만든 착시가 됩니다. Sfard(1998)도 학습을 지식의 획득으로만 보는 은유와 실천에의 참여로만 보는 은유 가운데 하나만 고르는 것이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니 AI 시대의 학습이 고전적 정의의 학습과 같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03 · 그렇다고 정의만 바꾸면 되는가
Clark와 Chalmers가 수첩을 마음의 일부로 인정한 데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늘 곁에 있어야 하고, 꺼낸 정보를 자동으로 믿을 수 있어야 하며, 그 정보를 과거에 스스로 확인했어야 합니다. 생성형 AI는 이 조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쓸 수 있는 환경은 자주 바뀌고, 그럴듯하게 틀린 답을 내며, 매번 처음 보는 내용을 만듭니다. 자동으로 믿는 순간 위험해집니다.
Bastani 등(2025)도 AI가 틀릴 수 있고 사용자가 결과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학습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람과 AI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더라도, AI를 감독하는 몫은 여전히 사람 안에 있어야 합니다. Fernandes 등(2026)에서 결과물은 좋아졌는데 자기 점검은 정확해지지 않았던 것은 바로 그 몫이 약해진 모습입니다. 기본 지식이 없으면 틀린 답도 그럴듯해 보입니다.
DrSong Opinion · 학습이론의 관점에서 “학습의 정의가 바뀌었으니 간극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재정의를 학습 실패의 알리바이로 만듭니다. 반대로 “학습은 AI 없이 남는 것뿐”이라는 주장은 AI와 함께 일하는 능력이라는 새로운 학습을 지워 버립니다. 저는 AI 시대의 학습을, AI와 함께 일한 경험에서 생기는 세 층의 비교적 지속적인 변화로 정의하자고 제안합니다. ① AI 없이도 남는 이해와 기술(잔여), ② AI와 함께 더 나은 결과를 내는 역량(협응), ③ AI의 결과를 검증하고 맡길 일과 맡기지 않을 일을 가리는 능력(판단)입니다. 유지와 전이라는 고전적 기준은 그대로 두고 대상만 넓히는 셈입니다. 그리고 ③은 ① 없이는 서지 못합니다. 모르는 분야에서 AI의 오류를 알아차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어야 할 것은 “AI 없이 할 수 있는가”보다 “AI가 틀렸을 때 알아차리고 고칠 수 있는가”입니다. 앞서 제안한 생성적 인지 멈춤(GCP)은 세 층을 함께 기르려는 설계입니다. 다만 이 정의는 개념적 제안이며, 세 층을 따로 측정해 검증한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
DrSong Opinion · 조직학습의 관점에서 Song과 Chermack(2008)은 개인의 학습이 쌓이고 조직문화에 내재화되면서 조직의 지식이 형성된다고 봅니다. 역량이 구성원 안에 남지 않고 도구에만 있다면, 조직은 성과는 소유하되 지식은 소유하지 못한 상태가 됩니다. 도구가 바뀌거나 틀리면 그 역량도 함께 사라집니다. 완성된 파일만 저장하지 말고, 중요한 판단과 확인한 근거를 한두 줄 함께 남겨야 다음 사람이 그 결정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04 · HRD가 할 수 있는 일: 세 층을 따로 확인하기
- 잔여: AI로 과제를 끝낸 뒤 시간을 두고, 화면을 덮은 채 핵심 결론과 그 근거를 자기 말로 설명하게 합니다(Soderstrom & Bjork, 2015). AI에게 묻기 전에 자기 생각을 몇 줄 적어 두게 하면, 나중에 AI의 답과 비교할 기준이 생깁니다.
- 협응: 결과물만 보지 말고, 처음 다루는 유형의 과제에서도 AI를 잘 쓰는지 봅니다. 결과물 옆에 “AI의 답에서 무엇을, 왜 고쳤는가”를 짧게 붙이고 버린 결과도 함께 남기게 합니다(Salomon et al., 1991).
- 판단: 오류가 든 AI 결과물을 주고 찾아내게 하고, 자기 점수 예측과 실제 점수의 차이를 봅니다(Fernandes et al., 2026).
- 도구 없는 수행 점검: AI가 일상이 된 직무는 AI 없이 하는 업무의 질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도입 전 기준 자료를 남겨 둡니다(Budzyń et al., 2025).
Insight Questions
- 우리 조직의 평가는 학습을 개인에게 남는 것으로 보는가, 사람과 AI가 함께 해내는 것으로 보는가?
- 우리 구성원은 AI의 결과가 틀렸을 때 알아차릴 만큼 알고 있는가?
- AI를 쓸 수 없게 되는 날, 우리 조직에 남아 있는 역량은 무엇인가?
References
Bastani, H., Bastani, O., Sungu, A., Ge, H., Kabakcı, Ö., & Mariman, R. (2025). Generative AI without guardrails can harm learning: Evidence from high school mathematic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2(26), e2422633122. https://doi.org/10.1073/pnas.2422633122
Budzyń, K., Romańczyk, M., Kitala, D., Kołodziej, P., Bugajski, M., Adami, H. O., Blom, J., Buszkiewicz, M., Halvorsen, N., Hassan, C., Romańczyk, T., Holme, Ø., Jarus, K., Fielding, S., Kunar, M., Pellise, M., Pilonis, N., Kamiński, M. F., Kalager, M., … Mori, Y. (2025). Endoscopist deskilling risk after exposure to artificial intelligence in colonoscopy: A multicentre, observational study. 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 10(10), 896–903. https://doi.org/10.1016/S2468-1253(25)00133-5
Clark, A., & Chalmers, D. (1998). The extended mind. Analysis, 58(1), 7–19. https://doi.org/10.1093/analys/58.1.7
Fernandes, D., Villa, S., Nicholls, S., Haavisto, O., Buschek, D., Schmidt, A., Kosch, T., Shen, C., & Welsch, R. (2026). AI makes you smarter but none the wiser: The disconnect between performance and metacognition. Computers in Human Behavior, 175, 108779. https://doi.org/10.1016/j.chb.2025.108779
Salomon, G., Perkins, D. N., & Globerson, T. (1991). Partners in cognition: Extending human intelligence with intelligent technologies. Educational Researcher, 20(3), 2–9. https://doi.org/10.3102/0013189X020003002
Sfard, A. (1998). On two metaphors for learning and the dangers of choosing just one. Educational Researcher, 27(2), 4–13. https://doi.org/10.3102/0013189X027002004
Soderstrom, N. C., & Bjork, R. A. (2015). Learning versus performance: An integrative review.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10(2), 176–199. https://doi.org/10.1177/1745691615569000
Song, J. H., & Chermack, T. J. (2008). A theoretical approach to the organizational knowledge formation process: Integrating the concepts of individual learning and learning organization culture. Human Resource Development Review, 7(4), 424–442. https://doi.org/10.1177/15344843083249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