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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는 오르는데, 사람은 배우지 못했다: AI 시대 HRD가 놓치기 쉬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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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송지훈 교수 PRO-AnalytiX (PRO-AX) Lab

AI 덕분에 HRD가 보고하는 숫자는 좋아졌지만, 그 숫자가 사람의 성장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개인·팀·조직에서 성과와 학습이 갈라지는 장면을 살펴보고, 생성적 인지 멈춤(GCP)과 HRD 정책의 방향을 제안합니다.

  • AI 역설
  • 생성적 인지 멈춤
  • HRD 정책
  • 성과와 학습
10개 참고문헌 · 약 7분

핵심 요약

AI 덕분에 결과물은 빨리 나오고 더 매끄러워졌습니다. 하지만 일을 배우게 하던 과정, 즉 먼저 생각하고, 막혀 보고, 틀린 뒤 서로의 생각을 고치는 시간까지 건너뛸 수 있습니다. AI 사용을 줄이자는 주장이 아닙니다. 사람이 먼저 생각하고 AI를 이어서 쓰는 순서를 업무와 제도에 넣자는 제안입니다.

01 · 숫자는 좋아졌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일터에 들어온 지 몇 년 만에 HRD 부서가 보고하는 숫자는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AI 활용 교육 이수율은 90%를 넘고, 보고서 작성 시간은 크게 줄었으며, 교육 콘텐츠는 몇 배로 늘었습니다. 글쓰기 실험에서 생성형 AI를 쓴 집단은 작업 시간이 약 40% 줄고 결과물의 질은 약 18% 높아졌고(Noy & Zhang, 2023), 고객상담 현장에서도 AI 보조 도구가 상담사의 생산성을 크게 높였습니다(Brynjolfsson et al., 2025).

하지만 숫자가 좋아졌다고 사람이 성장한 것은 아닙니다. MIT Sloan Management Review는 AI가 결과물을 매끄럽게 만들수록 결과물만으로 실제 역량을 가려내기 어려워지는 문제를 ‘역량의 신기루(capability mirage)’라고 불렀습니다(Swift et al., 2026). 고등학생 약 1,000명이 참여한 현장 실험에서도 비슷한 간극이 보였습니다. AI를 제한 없이 쓰며 연습한 학생들은 연습 점수가 48% 높았지만, AI 없이 치른 시험에서는 17% 낮았습니다(Bastani et al., 2025).

02 · AI 역설: 성과는 오르는데 실력은 남지 않는다

학습과학은 그 자리에서 잘해 내는 수행(performance)과 오래 남는 학습(learning)이 다르며, 매끄러운 조건은 수행을 높이지만 배움은 얕게 남긴다는 점을 거듭 확인해 왔습니다(Soderstrom & Bjork, 2015). 한 줄로 쓰면 Performance level ≠ Learning level입니다. AI는 이 차이를 구조적으로 벌립니다. 경영 연구는 AI가 일을 대신하는 자동화와 사람과 함께 일하는 증강이 서로 맞물려 있으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부정적인 결과가 되풀이된다고 봅니다(Raisch & Krakowski, 2021).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쪽으로만 쓰이면, 사람과 AI가 ‘함께 판단하며’ 배울 기회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HRD의 눈으로 보면 이 역설은 세 문장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1. AI는 ‘결과’를 대신 만들어 주면서 배움이 일어나는 ‘과정’을 건너뛰게 한다.
  2. 건너뛴 과정은 결과물에 드러나지 않으므로 기존 성과 지표로는 잡히지 않는다.
  3. 그래서 AI가 HRD의 성과를 높여 줄수록, HRD는 자신이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늦게 알아차린다.

03 · 생성적 인지 멈춤(GCP): 먼저 생각하고, AI는 그다음에

따져야 할 것은 AI를 쓸지 말지보다 어떤 순서로 쓸지입니다. 앞의 고등학생 실험에서도 정답 대신 힌트를 주며 스스로 풀게 한 AI 튜터를 쓴 학생들에게서는 점수 하락이 대부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Bastani et al., 2025).

생성적 인지 멈춤(Generative Cognitive Pause, GCP)은 AI의 도움을 받기 직전, 또는 AI의 결과를 받아들이기 직전에 AI 사용을 잠시 미루고 자신의 생각과 판단 근거를 먼저 만들어 보는 짧고 구조화된 멈춤입니다. ‘쉬는 멈춤’이 아니라 ‘생각을 만들어 보는 멈춤’입니다.

단계 하는 일 근거
① 먼저 생각하기 AI에 묻기 전에 가설·초안·판단 기준을 먼저 적는다 스스로 떠올린 것이 더 잘 기억되고(Slamecka & Graf, 1978), 먼저 부딪혀 본 사람이 더 깊이 이해한다(Kapur, 2016)
② 비교하기 내 생각과 AI 결과의 같은 점·다른 점·이유를 따진다 AI에 기대어 스스로 계획하고 점검하는 노력을 덜 하게 되는 ‘메타인지적 게으름’을 막는다(Fan et al., 2025)
③ 설명하기 최종 판단을 자신의 말로, 근거와 함께 설명한다 스스로 설명하는 활동이 이해를 깊게 만든다(Bisra et al., 2018)

GCP는 AI를 금지하지 않습니다. 쓰는 순서를 정할 뿐입니다. 개인, 팀, 조직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설계 원칙이고, 먼저 생각한 흔적이 기록으로 남으니 배움을 다시 ‘보이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04 · 현장에서 나타나는 열 가지 AI 역설

수준 역설 AI가 높여 주는 것 AI가 놓치게 하는 것
개인 완벽한 결과물 결과물의 완성도 결과를 스스로 설명하는 능력
개인 생각 도우미 과제 처리 속도 스스로 먼저 생각해 보는 경험
개인 신입 가속 신입의 초기 성과 전문가로 자라는 성장 경로
개인 베테랑 누구나 가능한 업무 수행 숙련자의 역할과 자부심
팀 맞춤형 학습 개인별 학습 효율 팀의 공통 언어와 이해
팀 빠른 합의 회의의 효율 한 사람만 아는 정보와 다른 관점
조직 만족도 교육 만족도 실제 배움과 행동 변화
조직 콘텐츠 홍수 교육 콘텐츠의 양 함께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
조직 엇갈린 메시지 혁신 교육의 확산 배운 것의 현장 적용
조직 과거 반복 검증된 방식의 활용 새로운 시도와 낡은 방식 내려놓기

열 가지 사례를 관통하는 질문은 같습니다. AI가 높여 주는 결과는 눈에 잘 보이지만, 그 결과를 만든 사람의 생각과 대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각 주제는 Weekly Insight의 ‘AI 역설’ 연재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05 · 왜 HRD는 가장 늦게 알아차리는가

  • 결과·참여 중심의 지표: 이수율, 교육 시간, 만족도, 업무 시간 단축률은 모두 AI가 가장 쉽게 끌어올리는 숫자입니다. 정부 직업능력개발 사업의 성과 관리도 이수와 참여 중심입니다.
  • ‘교육 공급자’에 머문 역할: 콘텐츠를 빠르고 값싸게 만드는 일은 AI가 가장 잘합니다. 그 일에 집중할수록 HRD의 고유 가치는 AI로 대체 가능한 영역으로 좁아집니다.
  • 교육과 일의 분리: AI 시대의 배움을 좌우하는 것은 평가표, 회의 방식, 의사결정 절차인데, HRD는 여기에 영향력이 작습니다.
  • ‘활용 역량’에 치우친 AI 교육: AI를 잘 쓰는 법만 가르치고 AI와 함께 배우는 법을 설계하지 않으면, AI 교육이 늘수록 역설도 커집니다.

06 · 무엇을 바꿀 것인가

기업·조직 HRD

① GCP를 업무 절차로 만든다. 권고로 두면 마감 압박 속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이 멈춤입니다.

수준 언제 멈추는가 먼저 생각하기 비교하기 설명하기
개인 과제·분석을 시작할 때 처음 5~10분은 AI 없이 문제와 가설 정리 내 가설과 AI 결과의 차이 표시 최종안의 판단 근거 세 가지를 내 말로 기록
팀 의사결정 회의 직전 AI 요약 공유 전에 각자의 의견과 보유 정보 기록 각자 의견과 AI 요약의 차이 검토 결정 이유와 버린 대안을 회의록에 기록
조직 보고·평가 시점 주요 보고서에 작성자의 초기 판단 첨부 AI 제안 중 받아들인 것·고친 것·버린 것 표시 평가 면담에서 판단 과정을 설명하는 항목 운영

② 성과 지표를 ‘이수와 만족’에서 ‘이해와 변화’로 바꾼다. 결과물과 함께 작성자가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를 확인합니다(Swift et al., 2026).

③ 신입의 성장 경로와 베테랑의 역할을 함께 설계한다. 신입 교육 기간을 줄이지 말고 AI 추천과 자신의 판단을 비교하는 연습을 넣고, 베테랑에게는 신입의 GCP 기록을 검토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맡깁니다.

④ 교육이 바라는 행동과 평가·보상을 맞춘다. ‘실험 면책 구간’, 시도와 공유를 보는 평가 항목, AI가 추천하지 않은 시도에 쓰는 ‘탐색 할당’이 구체적 방안입니다.

정부·공공 HRD

  • AI 직무역량 훈련 과정 심사·인증 기준에 “스스로 먼저 생각하고, AI 결과를 비교·검증하고, 판단을 설명하는 활동”을 반영합니다.
  • 직업능력개발 사업의 성과 지표에 AI 없이도 핵심 판단을 설명할 수 있는지, 일하는 방식이 실제로 바뀌었는지를 단계적으로 넣습니다.
  • 교육·훈련용 AI 도구가 학습자의 초안을 먼저 요구하고 질문으로 생각을 이끌도록 하는 공공 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합니다.
  • HRD 담당자의 역할 전환을 위한 재교육과, HRD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현장 학습 설계 컨설팅을 확대합니다.

AI 시대의 HRD가 물어야 할 것은 “AI로 무엇을 더 빨리 만들 수 있는가”보다 “AI와 함께 일하는 동안에도 사람은 여전히 배우고 있는가”입니다. GCP는 이번에 처음 제안하는 개념이라, 현장에 시범 적용하고 효과를 검증하면서 다듬어야 합니다.

Insight Questions

  1. 우리 HRD가 보고하는 숫자 중 AI가 쉽게 끌어올릴 수 없는 지표는 무엇인가?
  2. 우리 팀의 일과 회의에는 AI에 묻기 전에 먼저 생각하는 순간이 절차로 들어 있는가?
  3. 신입은 AI 덕분에 빨리 성과를 내고 있는가, 아니면 전문가로 자라고 있는가?

References

Bastani, H., Bastani, O., Sungu, A., Ge, H., Kabakcı, Ö., & Mariman, R. (2025). Generative AI without guardrails can harm learning: Evidence from high school mathematic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2(26), e2422633122. https://doi.org/10.1073/pnas.2422633122

Bisra, K., Liu, Q., Nesbit, J. C., Salimi, F., & Winne, P. H. (2018). Inducing self-explanation: A meta-analysis.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 30(3), 703–725. https://doi.org/10.1007/s10648-018-9434-x

Brynjolfsson, E., Li, D., & Raymond, L. (2025). Generative AI at work.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40(2), 889–942. https://doi.org/10.1093/qje/qjae044

Fan, Y., Tang, L., Le, H., Shen, K., Tan, S., Zhao, Y., Shen, Y., Li, X., & Gašević, D. (2025). Beware of metacognitive laziness: Effects of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on learning motivation, processes, and performance. British Journal of Educational Technology, 56(2), 489–530. https://doi.org/10.1111/bjet.13544

Kapur, M. (2016). Examining productive failure, productive success, unproductive failure, and unproductive success in learning. Educational Psychologist, 51(2), 289–299. https://doi.org/10.1080/00461520.2016.1155457

Noy, S., & Zhang, W. (2023). Experimental evidence on the productivity effects of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Science, 381(6654), 187–192. https://doi.org/10.1126/science.adh2586

Raisch, S., & Krakowski, S. (2021). Artificial intelligence and management: The automation–augmentation paradox.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46(1), 192–210. https://doi.org/10.5465/amr.2018.0072

Slamecka, N. J., & Graf, P. (1978). The generation effect: Delineation of a phenomenon.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Human Learning and Memory, 4(6), 592–604. https://doi.org/10.1037/0278-7393.4.6.592

Soderstrom, N. C., & Bjork, R. A. (2015). Learning versus performance: An integrative review.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10(2), 176–199. https://doi.org/10.1177/1745691615569000

Swift, M., Andreu, T., & Hernandez, D. (2026, September 14). How AI creates a capability mirage. MIT Sloan Management Review. https://sloanreview.mit.edu/article/how-ai-creates-a-capability-mir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