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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답을 만들었다. 무엇을 지식이라 부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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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송지훈 교수 PRO-AnalytiX (PRO-AX) Lab

AI가 답을 내놓았다고 사람이 배운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배움이 동료와의 검토를 거쳐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 남도록, AI 시대의 workflow를 다시 살펴봅니다.

  • AI와 HRD
  • 지식 형성
  • 개인학습
  • 조직학습
6개 참고문헌 · 약 7분

핵심 요약

AI가 답을 내놓았다고 사람이 배운 것은 아닙니다. 그 답을 저장했다고 조직이 지식을 갖게 된 것도 아닙니다. HRD에서 지식은 사람이 배우고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동료와 함께 살피고 실제 업무에 적용해, 조직의 판단 기준과 일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조직의 지식이 됩니다. AI가 이 과정을 도울 수도, 건너뛰게 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과정이 있었는데도 결과물만 봐서는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지식을 무엇이라고 부를지부터 다시 물어야 합니다.

AI 산출물과 학습으로 형성된 지식 사이

Wiles et al. (2026), AI를 활용한 과제 수행과 개인의 지식 습득을 구분한 무작위 실험 외 5편

이 글에서 살펴볼 것은 AI가 만든 성과와 사람이 배워 갖게 된 지식 사이의 차이입니다.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Organization Science, Nature Human Behaviour에 실린 최근 연구를 보면 AI는 업무 수행을 돕고 때로는 학습도 촉진합니다. 하지만 두 효과가 늘 함께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연구들이 직접 살핀 것은 개인의 과제 수행과 학습입니다. AI 도입으로 조직학습이 생략되거나 관찰하기 어려워졌다는 주장은 연구 결과가 아니라 조직학습 이론에 기대어 제시하는 해석입니다. 두 가지를 구분해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01 · 잘 나온 결과가 곧 배움은 아니다

AI를 쓰면 분석이나 초안을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이 그럴듯하다는 사실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게 있습니다. 작성자는 무엇을 이해하게 됐을까요. 팀은 무엇을 함께 배웠을까요. 이 결과가 다음 업무의 판단을 바꿀 수 있을까요. 문서의 완성도만으로는 답하기 어렵습니다.

Wiles와 동료들(2026)은 컨설턴트 487명에게 데이터 과학 과제를 수행하게 했습니다. ChatGPT를 쓴 집단은 코딩·통계·예측 과제에서 더 나은 성과를 냈습니다. 그런데 과제 뒤 AI 없이 답한 기술 질문에서는 이 집단의 지식이 더 높다고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AI와 함께 과제를 잘 해냈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지식을 익혔다는 것은 별개의 일일 수 있습니다. 연구 참여자는 한 컨설팅 기업의 직원이고 실험도 그 기업의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 따라서 모든 직무에 일반화하기보다는, 성과와 학습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연구가 “AI를 쓰면 배우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진은 특정 과제의 수행과 실험 직후 기술 질문을 측정했습니다. 장기적인 학습이나 팀의 조직학습을 살핀 연구는 아닙니다. 다만 업무 결과만 보고 구성원이 무엇을 배웠는지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 줍니다.

한편 Brynjolfsson, Li, Raymond(2025)는 AI가 학습을 도울 가능성도 보여 줍니다. 이들은 한 고객지원 기업의 상담원 5,172명에게 생성형 AI가 단계적으로 도입된 뒤의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시간당 해결한 고객 문제는 평균 15% 늘었고, 경험이 적은 상담원은 응답 속도와 품질 모두 나아졌습니다. AI 지원이 일부 상담원의 학습과 영어 표현력 향상에 기여했다는 증거도 보고했습니다. 숙련자에게서 효과는 작았으며, 일부 품질 지표는 오히려 소폭 낮아졌습니다. AI가 숙련자의 응답 방식을 새 구성원에게 전해 학습을 도울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만 한 기업의 고객지원 업무에서 관찰한 중기 결과라는 점은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두 연구는 서로 다른 가능성을 보여 줍니다. AI가 학습을 도울 때도 있지만, AI와 함께 낸 성과가 개인의 지식으로 남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업무 성과와 개인의 학습, 조직의 지식은 이어져 있지만 각각 확인해야 할 대상입니다.

02 · HRD에서 지식은 학습을 거쳐 형성된다

Song과 Chermack(2008)은 개인이 배운 것이 성찰과 상호작용을 거쳐 조직의 지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론적으로 설명했습니다. Crossan, Lane, White(1999)는 개인의 직관과 해석이 집단의 이해로 모이고, 마침내 조직의 제도와 실천에 자리 잡는 흐름을 제시합니다. Lim, Song, Yoon(2014) 역시 직장 성과를 높이는 과정에서 지식경영과 조직학습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다뤘습니다.

여기서 지식은 문서에 적힌 정보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이해하고 설명하며 실제로 써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서로의 해석을 맞추고, 그 배움이 업무 기준이나 실천을 바꾸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문서에 저장하고 동료와 공유하는 일은 그 과정을 돕습니다. 그것만으로 학습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HRD의 관점에서 지식을 이렇게 정의해 볼 수 있습니다. 지식은 개인이 학습을 통해 이해하고 판단하며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직의 지식은 그 배움이 구성원 사이에서 검토되고, 반복할 수 있는 기준과 실천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AI가 만든 답은 학습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답을 사람이 이해하고 써 보며 함께 검토했는지는 따로 살펴야 합니다.

DrSong Opinion · 지식의 정의를 넓혀야 한다 저는 HRD에서 지식을 개인이 머릿속에 외운 내용으로만 봐도 부족하고, AI가 내놓은 결과물까지 모두 지식이라고 해도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배우며 얻은 이해와 판단,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며 갖추게 된 역량, 동료들과 검토해 조직의 방식으로 정착시킨 지식은 구별해서 봐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 사이의 연결도 살펴야 합니다. AI가 만든 자료가 어디에 저장됐는지만으로는 누가 무엇을 배웠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지식이 만들어지는 주체와 과정, 다음 업무에서 다시 발휘할 수 있는 능력까지 봐야 AI 시대의 학습과 조직학습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03 · 조직학습이 사라진 것인가, 보이지 않게 된 것인가

AI가 들어온 뒤 조직학습에서 놓치기 쉬운 장면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과정의 생략입니다. AI 답변을 살피지 않은 채 저장하고 다음 사람이 그대로 쓰면 자료는 늘어도 구성원끼리 해석을 맞추고 판단을 조정하는 과정은 빠질 수 있습니다. 시스템에 답이 들어 있다는 것과 조직이 그것을 배웠다는 것은 다릅니다.

둘째는 과정이 보이지 않는 경우입니다. AI에게 질문을 다시 하고, 답의 근거를 확인하고, 동료의 의견을 반영하는 사이에도 배움은 일어납니다. 다만 그 상호작용이 여러 사람과 도구에 흩어져 있으면 최종 문서만 보고는 누가 무엇을 배웠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과정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학습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2026년 Organization Science에 실린 Dell’Acqua와 동료들의 현장 실험에는 컨설턴트 758명이 참여했습니다. AI가 잘 해낼 수 있는 18개 지식 업무에서는 AI를 쓴 사람들이 더 빠르게, 더 높은 품질로 과제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AI의 능력 범위를 벗어난 전략 과제에서는 정답을 낼 가능성이 낮아졌습니다. 같은 직무 안에서도 업무 단계에 따라 AI의 도움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연구는 지식 형성이나 조직학습을 측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실무적 질문을 남깁니다. 업무 전체를 AI에 맡길지를 따지기보다, 어느 단계에서 AI가 도움이 되고 어느 단계에서 사람의 이해와 판단이 필요한지 살펴야 합니다. 학습이 빠진 것인지, 일어났지만 결과물에 드러나지 않는 것인지도 workflow를 따라가며 확인해야 합니다.

AI 시대의 지식 형성: 산출물에서 배움과 실천까지 AI 산출물지식의 후보 개인학습이해·판단·적용 조직학습해석·검토·공유 조직의 지식기준·실천 과정이 생략될 때산출물이 곧바로 저장·재사용됨개인의 이해와 공동 검토가 빠질 수 있음저장·공유와 조직학습을 구분해야 함 과정이 가려질 때질문·수정·검토가 workflow에 분산됨완성된 결과물에는 배움이 잘 드러나지 않음이해와 실천의 변화를 함께 확인해야 함 HRD의 초점: 개인이 배웠는가, 함께 해석했는가, 조직의 실천이 달라졌는가
그림 1. 개인학습과 조직학습을 거쳐 조직의 지식이 형성되는 과정, 그리고 AI 환경에서 생길 수 있는 생략과 비가시성. 기존 조직학습 이론을 바탕으로 필자가 제안한 도식이며, 실증 검증된 모형은 아닙니다.

04 · 더 적게 일하는 설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가 업무 시간을 줄여 주면, 남는 시간을 무엇에 쓸지 묻는 논의가 뒤따릅니다. 그러나 시간 절약이 곧 다음 업무를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여유가 생길 수 있고, 다른 업무가 그 자리를 채울 수도 있습니다. 목표가 분명하고 더 나은 결과를 바라는 사람이 AI를 잘 활용하면, 예전에는 시간이나 자원이 모자라 미뤘던 검토와 개선에 손을 댈 수 있습니다. 그러다 일의 범위가 넓어지고 투입 시간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Organization Science 연구에서 AI 사용자는 AI가 잘하는 과제를 더 빠르게 끝냈고, 정해진 과제 묶음 안에서 처리량도 높였습니다. 하지만 구성원이 절약한 시간으로 스스로 일을 넓혔는지, 실제 노동시간이 늘었는지는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를 AI가 일을 늘린다는 증거로 들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업무를 재설계할 때 선택지가 있다는 점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기존 목표를 더 짧은 시간에 달성할 수도 있고, 확보한 여력을 품질을 높이거나 새로운 과제를 시도하는 데 쓸 수도 있습니다.

일하는 시간이 늘 수 있다는 말은 연구로 확인된 결론이 아닙니다. 제가 조직의 workflow를 생각하며 제기하는 가능성입니다. 성과 목표가 분명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고 싶어 하며, 평소에도 “이 일을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사람이라면 AI가 생긴 뒤 그 고민을 실제 개선으로 옮기기 쉽습니다. 더 꼼꼼한 분석이나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면서 일의 범위가 커질 수 있습니다. 조직이 이런 구성원에게 일을 더 얹는 데 그치면, 개선의 의지는 과로로 이어집니다. workflow를 다시 설계할 때는 무엇을 높일지뿐 아니라 개선에 쓸 시간과 자원도 함께 정해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아래 순서로 workflow를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1. 성과와 학습의 목적을 함께 정합니다. 이번 업무에서 높이고 싶은 것이 정확도인지, 고객 가치인지, 새로운 해석인지 먼저 합의합니다. 이 일을 하며 담당자가 어떤 판단을 익히고 팀이 어떤 기준을 공유할지도 정합니다.
  2. 업무를 단계별로 살핍니다. 초안 작성, 자료 비교, 가설 만들기는 AI에 맡겨 볼 수 있습니다. 맥락 판단, 근거 확인, 이해관계 조정은 담당자가 책임질 부분입니다. 같은 workflow 안에서도 단계에 따라 AI가 잘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3. 개인이 배운 것을 확인합니다. AI 답을 받아 쓰는 데서 멈추지 않도록 핵심 근거와 불확실성을 살피게 합니다. 담당자가 중요한 결정을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는지, 다음 비슷한 업무에서 더 나은 질문을 하거나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AI 없이 같은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하게 하는 방식만이 학습을 확인하는 길은 아닙니다.
  4. 팀이 함께 살필 대상을 고릅니다. 모든 결과를 회의 안건에 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업무에 영향을 주거나 계속 재사용할 판단을 골라 동료와 검토합니다. 무엇을 받아들였고 무엇을 고쳤는지 짧게 남깁니다.
  5. 검증한 내용을 일하는 방식에 반영합니다. 효과가 확인된 방법은 기준이나 절차에 반영하고, 성과가 실제로 나아졌는지 다시 봅니다. 나아진 성과로 생긴 여력을 다음 개선에 쓸지 업무량을 줄이는 데 쓸지는 구성원과 합의합니다.

workflow 재설계의 목적은 모든 업무를 더 오래 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반복 업무의 시간은 줄이되, 구성원이 원하고 조직에도 필요한 개선에는 여력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더 고도화할지는 조직의 성과 목표와 구성원의 학습 목표를 놓고 함께 정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함께 물어볼 질문

  1. AI를 써서 확보한 시간을 어떤 성과나 학습에 쓸지 구성원과 이야기했는가?
  2. AI가 만든 답을 개인이 이해하고 팀이 검토해 업무 기준으로 삼는 과정은 어디에 있는가?
  3. 더 잘하고 싶은 구성원에게 실제 개선 시간이 주어졌는가?

References

Brynjolfsson, E., Li, D., & Raymond, L. R. (2025). Generative AI at work.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40(2), 889–942. https://doi.org/10.1093/qje/qjae044

Crossan, M. M., Lane, H. W., & White, R. E. (1999). An organizational learning framework: From intuition to institution.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24(3), 522–537. https://doi.org/10.5465/amr.1999.2202135

Dell’Acqua, F., McFowland, E., Mollick, E. R., Lifshitz-Assaf, H., Kellogg, K. C., Rajendran, S., Krayer, L., Candelon, F., & Lakhani, K. R. (2026). 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 Field experimental evidence of the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knowledge worker productivity and quality. Organization Science, 37(2), 403–423. https://doi.org/10.1287/orsc.2025.21838

Lim, D. H., Song, J. H., & Yoon, S. W. (2014). Trends and issues in integrating knowledge management and organizational learning for workplace performance improvement. In N. E. Chalofsky, T. S. Rocco, & M. L. Morris (Eds.), Handbook of human resource development (pp. 369–385). John Wiley & Sons. https://doi.org/10.1002/9781118839881.ch22

Song, J. H., & Chermack, T. J. (2008). A theoretical approach to the organizational knowledge formation process: Integrating the concepts of individual learning and learning organization culture. Human Resource Development Review, 7(4), 424–442. https://doi.org/10.1177/1534484308324983

Wiles, E., Krayer, L., Abbadi, M., Awasthi, U., Kennedy, R., Mishkin, P., Sack, D., & Candelon, F. (2026). Generative AI and the temporary upskilling of knowledge workers. Nature Human Behaviour. Published online October 26, 2026. https://doi.org/10.1038/s41562-026-025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