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조직원들은 AI로 만든 결과물을 숨기는가: 부정적 인식으로 인한 의도적 은폐
이곳에 있는 모든 자료는 누구나 읽고, 공감하고, 학습하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연구실의 지적 자산이므로 공유할 시에는 출처를 밝혀 주시길 바랍니다.
출처: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송지훈 교수 PRO-AnalytiX (PRO-AX) Lab
AI를 쓰면 일은 빨라지지만, 동료와 상사는 AI를 쓴 사람을 더 게으르고 덜 유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4,439명이 참여한 PNAS 실험 연구를 바탕으로, 조직원이 AI 사용을 숨기는 이유와 이 현상을 문화지체로 읽을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핵심 요약
이 네 실험에서 AI 사용을 숨기려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AI를 쓴 사람은 같은 도움을 동료나 다른 도구에서 받은 사람보다 게으르고 덜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AI를 직접 써 본 평가자에게서는 이 벌점이 약해졌고, AI가 유용한 과제라고 명시했을 때는 적합성 평가의 불이익이 사라졌습니다. 기술은 일터에 들어왔지만 ‘노력과 실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기준은 아직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왜 조직원들은 AI로 만든 결과물을 숨기는가
Reif, J. A., Larrick, R. P., & Soll, J. B. (2025). Evidence of a social evaluation penalty for using AI.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2(19), e2426766122.
듀크대 연구진은 사전등록한 온라인 실험 네 건(총 4,439명)에서 사용자의 예상과 주변 사람의 평가를 따로 살폈습니다. 참가자들은 AI를 쓰면 게으르고 덜 유능해 보일 것이라 예상했고, 관찰자도 실제로 AI 사용자를 그렇게 평가했습니다.
다만 모든 자료가 2024년 3월~2025년 2월 온라인 편의표본에서 수집된 시나리오 실험입니다. 실제 조직의 인사평가나 업무 배정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는지는 저자들도 후속 연구 과제로 남겨 두었습니다.
01 · 네 개의 실험이 보여 준 것
| 연구 | 설계 | 핵심 결과 |
|---|---|---|
| Study 1 (N = 497) | 업무 보고서를 빠르게 만드는 도구를 쓴다고 상상. 도구가 ‘생성형 AI’ 또는 ‘대시보드 제작 도구’ | AI 조건 참여자는 자신이 더 게으르고, 더 대체 가능하며, 덜 유능하고 덜 성실하게 보일 것이라 예상했고, 상사·동료에게 사용 사실을 덜 알리겠다고 답했습니다. |
| Study 2 (N = 1,203) | 직원 소개글 384종(성별·나이·직업 8종·도움 유형)을 무작위 제시. 도움 내용은 같고 출처만 AI 또는 사람(예: 변호사가 요약을 AI에게 / 패러리걸에게 맡김) | AI의 도움을 받은 직원은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도움을 받지 않은 직원보다 더 게으르고, 덜 유능하고, 덜 성실하고, 덜 독립적이라고 평가받았습니다. 이 효과는 직원의 나이·성별·직업과 무관했습니다. |
| Study 3 (관리자 N = 1,668) | 실제 과제를 수행한 지원자 중 ‘AI 매일 사용’ 또는 ‘AI 사용 안 함’ 지원자를 보여 주고, 지원자의 실제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채용 결정 | 과제 적합성 평가의 평균에는 차이가 없었지만(P = .516), AI를 잘 쓰지 않는 관리자는 AI 비사용자를, AI를 자주 쓰는 관리자는 AI 사용자를 더 뽑았습니다. 두 지원자 집단의 실제 과제 성과는 같았습니다. |
| Study 4 (N = 1,002) | AI 도구 또는 MS Office를 쓰는 지원자를 손편지 쓰기(수작업) 또는 이메일 쓰기(AI 활용 가능) 과제에 채용 | AI 사용자는 더 게으르게 지각되었고, 이 ‘게으름 지각’이 과제 적합성 평가를 낮추는 경로였습니다. 그러나 AI가 유용하다고 명시된 이메일 과제에서는 벌점이 상쇄되었습니다. |
같은 도움이라도 출처가 AI일 때만 벌점이 생겼습니다.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무엇에게서 받았는지가 평가를 가릅니다. 야심이나 지배성처럼 대인 경쟁과 관련된 특성에서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벌점은 노력과 능력의 영역에 몰려 있습니다.
02 · 숨기는 것은 합리적이다
Study 1과 Study 2를 나란히 놓으면 은폐의 논리가 드러납니다. 사람들은 AI를 쓰면 손해를 볼 것이라 예상하고(Study 1), 관찰자는 실제로 그렇게 평가합니다(Study 2). 예상이 틀리지 않으니 숨기는 쪽이 개인에게는 이득입니다. 저자들은 이 사회적 평가 벌점을 지금까지 간과된 AI 도입의 장벽이라고 부릅니다. 사용을 막는 것은 기술에 대한 불신보다 사용자를 보는 시선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직은 역설에 빠집니다. AI로 생산성을 높인 사람일수록 그 사실을 감추고, 조직은 누가 어떻게 AI를 써서 성과를 냈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03 · 벌점은 언제 약해지는가
연구는 두 가지 조건을 보여 줍니다.
- 평가자 자신의 AI 경험. 주 1회 이상 AI를 쓰는 평가자는 AI 사용자를 더 게으르다고 보지 않았습니다(Study 4). 채용 결정에서도 AI를 잘 쓰지 않는 관리자는 AI 비사용자를, AI를 자주 쓰는 관리자는 AI 사용자를 더 뽑았습니다(Study 3). 벌점을 주는 쪽은 AI를 거의 써 보지 않은 평가자였습니다.
- 과제와 AI의 정당한 연결. “이 과제에는 생성형 AI가 유용하며 사용해도 좋다”고 명시한 이메일 과제에서는 AI 사용자와 비사용자의 적합성 평가 차이가 사라졌습니다. 다만 AI 사용자를 더 게으르게 보는 지각 자체는 이 과제에서도 남아 있었습니다. 반대로 AI가 쓸모없는 수작업 과제에서는 적합성 평가의 벌점이 그대로 남았습니다(Study 4).
지금 알아둘 점 · 근거의 성격: 보충 연구에서 저자들은 “동료 대부분이 AI를 쓴다”고 알려 주어도 벌점이 줄지 않음을 발견했습니다. 벌점을 지우는 데 필요한 것은 남들이 얼마나 쓰느냐(확산)가 아니었습니다. 평가자가 직접 써 봤느냐(경험), 그리고 조직이 그 사용을 정당한 방식으로 인정했느냐(규범)입니다. Study 3의 채용 결정에서 평가자 AI 경험의 조절 효과는 유의했지만, Study 4의 채용 추천에서는 같은 방향이되 유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P = .103).
04 · 이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문화지체인가
DrSong Opinion · 문화지체의 관점에서 이 현상은 Ogburn(1922)의 문화지체(cultural lag)로 읽을 수 있습니다. 문화지체란 기술 같은 물질문화는 빠르게 바뀌는데 그에 적응해야 할 규범·가치·제도 같은 비물질문화가 뒤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간극입니다. 생성형 AI라는 도구는 이미 일터에 들어왔지만, 조직의 평가 규범은 여전히 “스스로 애쓴 만큼이 실력이다”라는 이전 시대의 기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결과만큼이나 노력 자체를 가치 있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Inzlicht et al., 2018). 그러니 AI가 노력을 덜어 주는 순간, 그 사람의 노력과 능력이 의심받습니다. AI를 직접 써 본 평가자에게서 벌점이 약해진다는 결과는 규범이 뒤늦게 기술을 따라잡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DrSong Opinion · 문화지체 개념의 한계 다만 문화지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첫째, 문화지체는 사회 수준의 간극을 설명하는 개념이지 개인이 왜 그렇게 평가하는지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 미시적 기제는 저자들이 근거로 삼은 귀인 이론이 설명합니다. 관찰자는 행동의 원인을 상황보다 개인의 성향에서 찾는 경향이 있어, AI의 도움을 “스스로 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어서”로 해석합니다(Weiner, 1986). 도움 요청의 사회적 비용을 다룬 연구(Lee, 2002)도 같은 방향입니다. 도움을 구하는 행동은 무능함과 의존성의 신호로 읽히기 쉽습니다. 둘째, 문화지체는 “시간이 지나면 따라잡는다”는 함의를 주지만, 보충 연구는 사용이 널리 퍼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벌점이 사라지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지체는 사회 전체보다 평가자의 경험과 조직의 평가 기준 안에 있습니다. 기다린다고 풀리지 않고, 조직이 설계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DrSong Opinion · 조직학습의 관점에서 숨김의 가장 큰 비용은 개인의 평판보다 조직학습이 끊기는 데 있습니다. 누가 어떤 과제에서 AI를 어떻게 써서 성과를 냈는지가 감춰지면, 좋은 활용법은 개인에게 갇히고 잘못된 활용은 아무도 검토하지 못합니다. Edmondson(1999)이 보여 주었듯 팀원들이 실수나 도움 요청을 드러내도 불이익이 없다고 믿을 때, 곧 심리적 안전감이 있을 때 비로소 학습 행동이 일어납니다. 그렇다고 AI 사용에 대한 의심이 전부 편견인 것도 아닙니다. 앞선 Weekly Insight에서 다룬 것처럼 AI는 결과물을 높이면서 배움의 과정을 건너뛰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꿔야 할 질문은 “AI를 썼는가”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썼는가”입니다. 먼저 생각한 초안, AI 결과와의 비교, 받아들이고 고치고 버린 것을 드러내는 일이 공개되어도 안전하고 평가에서 인정받을 때, 숨김은 공유로 바뀔 수 있습니다.
05 · HRD가 할 수 있는 일
- AI 사용을 과제 단위로 정당화한다. “이 업무에는 AI를 써도 좋다, 이렇게 쓰기를 권한다”를 명시하는 것만으로도 벌점이 상쇄될 수 있습니다(Study 4).
- 평가자부터 AI를 직접 쓰게 한다. 벌점을 주는 쪽은 AI 경험이 적은 평가자였습니다. 관리자 대상 AI 교육은 활용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기 전에 평가 편향을 줄이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 평가 기준을 ‘투입한 노력’에서 ‘판단의 질’로 옮긴다. AI를 썼는지보다 결과를 검증하고 설명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 AI 활용 과정을 드러낼 통로를 만든다. 활용 사례 공유를 코칭·지식 이전 기여로 평가에 반영해, 숨기는 것보다 드러내는 것이 이득이 되게 합니다.
Insight Questions
- 우리 조직에서 AI를 써서 만든 결과물은 드러내는 편이 이득인가, 숨기는 편이 이득인가?
- 우리 평가자들은 AI를 직접 충분히 써 본 사람들인가?
- 우리는 AI를 “썼는가”로 판단하고 있는가, “어떻게 썼는가”로 판단하고 있는가?
References
Edmondson, A. (1999). Psychological safety and learning behavior in work team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44(2), 350–383. https://doi.org/10.2307/2666999
Inzlicht, M., Shenhav, A., & Olivola, C. Y. (2018). The effort paradox: Effort is both costly and valued.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2(4), 337–349. https://doi.org/10.1016/j.tics.2018.01.007
Lee, F. (2002). The social costs of seeking help. The Journal of Applied Behavioral Science, 38(1), 17–35. https://doi.org/10.1177/0021886302381002
Ogburn, W. F. (1922). Social change with respect to culture and original nature. B. W. Huebsch.
Reif, J. A., Larrick, R. P., & Soll, J. B. (2025). Evidence of a social evaluation penalty for using AI.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2(19), e2426766122. https://doi.org/10.1073/pnas.2426766122
Weiner, B. (1986). An attributional theory of motivation and emotion. Springer-Verlag. https://doi.org/10.1007/978-1-4612-4948-1
